본문 바로가기

[Archive]/__interests & inspirations

인공지능, 생각하는 기계의 시대




인공지능, 생각하는 기계의 시대





그 어느때보다 인공지능 및 로봇공학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영화나 소설 같은 대중매체 뿐만 아니라 국내외 IT 저널들은 매일같이 관련 기사들을 다루고 있고, 사람처럼 스스로 생각하는 기계가 머지않은 미래에 나타날 것이라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고 학습하며, 결정을 내리는 기계. 바야흐로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Ex Machina: SF 소설 및 영화의 단골 소재였던 진정한 AI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사실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삶 저변에 깊게 자리하고 있다. 구글의 맞춤형 광고 서비스 ‘에드워즈(Adwords)’는 사용자의 검색어를 수집하여 관심도에 따라 광고를 노출시킨다. 겨울 코트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검색해 본 사용자는 웹 상의 굉고 배너에서 이와 관련된 광고를 보게 될 것이다. 이는 여러 쇼핑 웹사이트들도 마찬가지이다. 사용자가 구매한 제품과 관련된 제품 정보를 먼저 보여준다. 이 뿐만 아니라 버스 정류장의 다음 버스 도착 알림에서도 인공지능이 사용되고 있다. 각각의 버스는 앞차와 뒤차 간의 시간 정보를 전송받으며, 이를 바탕으로 일정한 배차 간격을 조율한다. 이렇듯 사례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로 우리는 인공지능의 도움 속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Google Adwords: 대표적인 인공지능의 예. 사용자의 검색 패턴에 맞춰 광고를 노출한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게 무슨 인공지능입니까? 인공지능이라면 사람처럼 생각하고 대화할 수 있어야지, 이건 그냥 똑똑한 기계이지 않습니까?” 맞을 수도, 또 틀릴 수도 있는 말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스스로 생각하는 기계는 인공지능의 넓은 범주 중에서도 일부, ‘강한 인공지능(strong artificial intelligence)’에 속한다. 강한 인공지능은 사람처럼 지각력이 있는 기계를 의미한다. 즉, 어떤 문제에 관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이와 달리 우리에게는 다소 친숙하지 않은 종류의 인공지능이 있다. 바로 ‘약한 인공지능(weak 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약한 인공지능은 어떤 문제를 실제로 사고하거나 판단할 수는 없지만, 미리 주어진 알고리즘에 따라 지능의 일부분을 흉내내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즉, 사람처럼 생각할 수는 없지만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적화된 결과를 도출하는 기계라고 할 수 있다. 앞선 예시들은 모두 후자에 속한다.





[우리에게 강한 인공지능이 보다 친숙한 이유는 대중매체, 특히 소설이나 영화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약한 인공지능에 관한 대중의 관심은 미약하다.]




사실 인공지능의 연구에 있어 많은 진전이 있었던 부분은 약한 인공지능의 연구이다. 강한 인공지능의 경우, 아직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많을 뿐더러 뇌신경과학이나 인지공학 등, 그 자체로도 많은 연구 주제를 가지고 있는 학문들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적인 요인 또한 강한 인공지능 발전의 걸림돌이다. 윤리적, 그리고 과학철학적 논쟁이 대표적인 예이다. 생각하는 기계가 존재한다면 사람과 기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지적 기계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고, 그 판단에 따라 사람과 대립하려 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 모두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골치 아픈 논제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한 인공지능의 연구는 비록 느린 속도이기는 하나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관심과 우려 또한 증가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어떤 인공지능이 기계가 지각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튜링테스트를 최초로 통과했다는 기사로 인터넷이 떠들썩하기도 했다.


혹자는 인간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의 탄생이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것이라 주장한다.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업가 중 하나인 엘런 머스크(Elon Musk) 역시 이러한 의견에 동의한다. 또 누군가는 이런 기계지성의 출현이야 말로 인류가 한층 더 진보할 수 있는 계기이며, 진정한 의미의 혁명이 될 것이라 주장한다. 구글의 기술이사이자 에디슨의 진정한 후계자라 불리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이 주장의 중심에 서 있다.


분명한 것은 물과 기름같은 이 논쟁에서 우리가 어느 쪽에 서 있던, 그리고 우리가 바라건, 혹 바라지 않건 머지않아 우리는 생각하는 기계와 함께하는 시대에 접어들 것이란 점이다. 또한 이는 그간 겪어온 어떤 변화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리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것이란 점 또한 자명한 사실이다.







지금까지 최근들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에 대해,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공지능의 구분과 지적기계의 등장에 얽혀있는 논쟁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강한 인공지능에 관한 논의, 그리고 기계지능의 독립성과 지각력을 검증하는 튜링테스트를 보다 자세히 다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