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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Projects]/__02. Field Trip

Main Project 02. Field Trip_Introducing





Main Project 02. Field Trip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며, 또 무슨 과정을 거쳐 결정을 내린 뒤 반응하는가?





당신은 지금 길을 걷고 있다. 모처럼만에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거리에서는 봄기운이 물씬 느껴진다. 시계를 보니 오후 두 시, 약속시각까지는 삼십 분 남짓 남은 상태. 만개한 벚꽃의 향기로운 냄새가 코끝을 스쳐 지나간다. 마침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까지도 봄 내음이 가득한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 주위를 살피니 거리도 한가로운 상태이다. 잠시 한 번 눈을 감았다가 뜬 뒤 당신은 처음 집에서 나올 때의 계획을 변경,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신 약속장소까지 걷기로 결정을 내렸다.




일상 속의 매 순간은 경험의 연속이다. 그리고 경험의 대상은 구체적인 사람이나 사물, 또는 어떤 공간이나 분위기가 될 수도 있으며 혹은 총체적인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 및 결과물로서 경험은 다양한 학문과 산업 응용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시 여겨지는 사람의 경험은 측정되고 관찰될 수 있는가?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어떤 방법과 수단으로 가능한가? 여기서부터 우리는 파편화된 의견들을 접할 수 있다. 혹자는 철저하게 계산된 실험 속에서 가능하다 말하며 또 누군가는 집단을 대표하는 소수를 관찰하거나 인터뷰함으로써 측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와 다른 의견으로 객관적 방법이 아닌 그 순간의 직관과 통찰을 통해서 경험을 설명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들은 여러 상황과 조건에 따라 선별, 응용되곤 하며 대부분 특정 목적이나 명제에 대한 사실 여부의 검증이 주된 용도이다. 우리가 배우고 습득하는 대부분의 방법론은 그 형태가 다양하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목적은 특정 대상에 대한 경험의 측정으로 동일한 셈이다. 일례로 FGI는 대상이 되는 특정 서비스나 제품 등을 가지고 인터뷰 대상자들로부터 의견 등을 수렴하는 방법이다. 만약 FGI에서 대상자들에게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밥을 먹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굳이 결과를 확인해 볼 필요도 없다. 우리는 FGI를 통해서는 보편적인 경험의 측정이 불가능하거나 의미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비단 FGI 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방법론 및 도구들은 일상 속에서 보편적인 사실이나 특징적인 요인들을 관찰하는데 적합하지 않다.



다시 한 번 더 질문을 던져보자, 이번에는 더욱 명확하게. 사람의 보편적인 경험은 측정되고 관찰될 수 있는가?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어떤 방법과 수단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관찰 사실을 객관화시킬 수 있는가? 먼저 답을 해보자면 '아직' 모른다.



앞서 살펴보았듯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방법론과 도구들은 보편적인 관찰에 적합하지 않고, 이런 목적에 맞는 도구들과 방법론으로 거론될 만한 것이 우리에겐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보편적인 상황 속의 수많은 경험 중에서 건져 올려진 특정 경험을 가다듬어 좋은 결과물까지 이어지도록 돕는 방법론은 많지만, 그 특정 경험이 다른 경험들과 달리 좋은 결과물로 발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가늠할 방법론은 마땅치 않다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요리를 위한 좋은 도구들이 많습니다. 잘 드는 칼과 도마, 그리고 또 가마솥과 냄비도 있지요. 좋은 요리 재료가 있으면 우리는 이 도구들을 이용하여 훌륭한 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요리 재료를 획득하는 과정이 문제이지요. 우리는 사냥에 적합한 도구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냄비로 사슴을 사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지금까지는 이런 보편적 관찰 속에서 특정 경험을 건져내는 과정을 '직관'과 '통찰'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며 설명할 수 없는 선천적 능력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자연주의 의사결정의 선구자인 게리 클라인은 직관의 힘은 설명할 수 없는 초능력이 아니며 충분히 갈고 닦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비단 학문적인 주장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다른 분야에서는 이미 이를 실제로 응용한 사례도 존재한다.



예술의 여러 갈래 중 드로잉과 관련된 분야에는 우리가 다루는 분야만큼이나 다양한 기법과 도구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크로키라는 기법은 그 목적과 방식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크로키는 사진이 발명되기 이전 화가들이 보다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사물들의 역동성을 화폭에 담아내기 위해 처음으로 고안되었다. 찰나의 순간, 대상의 움직임과 형태 및 비례를 파악하고 그려내기 위해 크로키에서는 정교한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아름다운 선이 아닌 거칠고 투박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그려낼 수 있는 선을 사용한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예술품들이 완성까지 수 주에서 수개월이 걸리는 것과 달리 크로키는 짧게는 몇 초에서 아무리 길어봤자 몇십 초를 넘기지 않는 시간 내에 완성된다. 결과물 역시 조화되고 정제된 예술미를 담고 있기 보다는 그림이 그려지는 순간의 정황을 그대로 도화지에 옮겨낸 거칠지만, 특유의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크로키의 특징을 바탕으로 당시 화가들은 사실보다 더욱더 사실적인, 그리고 수려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물론 천부적인 재능을 통해 탄생하는 예술작품들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철저한 관찰과 탐구의 반복, 그리고 올바른 선별을 통해서 탄생해왔다. 수 천장에 이르는 야생에서 얻어진 데이터 중 가장 빼어난 한 장을 선택하고 발전시킴으로써.




HXA Forum의 새로운 메인 프로젝트로 'Field trip, 소풍'을 시작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미 확보된 데이터를 가지고 좋은 결과물까지 다듬어내는 기존 방법에 관한 탐구가 아닌, 현장에서 직접 데이터를 얻기 위한 방법과 도구를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직접 경험의 현장으로 뛰어들 필요가 있다. 그 속에서 우리가 찾는 방법과 도구들은 크로키와 같이 야생의 경험들을 짧은 시간 내에 정확하게 담아낼 수 있어야 하며 또한 그중에서 어느 한 특정 경험을 선별해 낼 수도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직관과 통찰이라는 단어로만 표현해 왔을 뿐, 명확한 기준 없이 모호하던 '경험의 스케치 방법'에 보다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요리 재료를 가지고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것과 요리 재료를 구하기 위해 사냥을 하는 것은 다른 행위이다. 그리고 사냥에는 그에 걸맞은 도구와 방법이 필요하다. 우리는 주어진 조리 도구를 잠시 놓아두고 사냥을 위한 창과 작살, 그리고 활과 돌을 준비하려 한다, 야생의 현장 그 속에서.



Project; Field Trip은 이 모든 과정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