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 Project 02. Field Trip (02)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며, 또 무슨 과정을 거쳐 결정을 내린 뒤 반응하는가?
주말은 특별하다. 주말을 맞이한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한 주를 마무리한다. 어떤 사람은 여가 활동을 즐기기도 하고 모처럼만에 연인이나 친구, 혹은 친지들과의 만남을 계획하기도 하며 또 몇몇은 끝내지 못한 일들을 마무리하기 위해 불철주야 업무에 매진하기도 한다. 여기, 따사로운 햇살 아래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인사동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무엇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으며 또 무슨 생각을 하며 이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많은 사람이 붐비는 공간은 인간의 경험과 관련된 요소들을 사냥하러 나선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사냥터이다. 남성과 여성, 어린이에서부터 노인, 그리고 혼자에서 여럿까지. 그곳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며 그 속에서 우리는 가공되지 않은 수많은 정보를 발견할 수 있다. 책을 읽는 사람과 무언가를 먹고 있는 사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과 핸드폰을 사용 중인 있는 사람, 그 외의 다양한 행위와 경험들.
사실 관찰자로서 이 모든 것들을 다 꼼꼼히 살피기엔 무리가 있다. 우리의 몸과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보통 관찰의 대상들은 관찰자보다 수적으로 훨씬 많다. 또한, 관찰을 통해 우리는 그 사람이 어떤 생각과 의사 결정을 하는지에 대해 '짐작'만 할 수 있을 뿐 정확히 알 수도 없다. 현장 속에서 우리는 정제되지 않은 정보의 어마어마한 양에 압도되어 아무것도 볼 수 없거나, 전부 다 담기 위해 애쓰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야생에서의 관찰은 우리에게 곧 기회인 동시에 부담으로 느껴지곤 한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고 야생에서 경험을 관찰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번 글에서는 우리가 야생의 현장에서 직면하는 첫 번째 문제, 우리의 몸과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보통 관찰의 대상들은 관찰자보다 수적으로 훨씬 많다는 부분부터 짚고 넘어가 보자. 이는 사실 관찰과정에서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도 흔히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사람의 몸과 뇌는 한 번에 여러 일을 하는데 부적합하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는 다양한 도구들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관찰에서도 도구의 사용이 이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도표 1. 다양한 사용자 관찰 기법 (출처: Phillip&Company. http://m.blog.naver.com/ryanplee)]
위의 도표에서 볼 수 있듯 비디오 촬영이나 인터뷰, 혹은 일기 형태의 기록까지 우리의 눈과 귀, 그리고 손이 되어줄 도구들은 이미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현장에서 놓치는 부분이 있더라도 나중에 언제 어디서건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현장을 담을 수 있게 도와준다. 그렇다곤 하더라도 우리가 살펴야 할 데이터의 양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대상을 오랜 시간, 그리고 여러 번에 걸쳐 살필수록 고려해야 할 사항과 데이터의 양은 줄지 않고 늘어나기까지 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관찰 도구보단 무엇을 관찰할지와 이를 어떻게 정리하고 생각할지에 대한 방법과 지침이라 할 수 있다. 넘쳐나는 데이터 중에서 무엇을 먼저 살필 것인가?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어떤 기준 아래 정하는가? 포착한 데이터들은 어떤 분류에 따라 기록할 것인가? 다시 말해, 우리는 어떤 눈으로 관찰 대상을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관찰에서 방법을 찾는 것은 동시에 우리가 대상의 어떤 요소에 주안점을 줄 것인가와 맞닿아 있다.
[그림 1. 인사동 거리.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우리는 어떤 정보들을 건져 올릴 것인가?]
잠시 이야기를 돌려 미국 FBI에서 범죄 수사에 사용하는 프로파일링 기법을 살펴보자. 1970년대 로버트 레슬러(1935. 02. ~ )에 의해 소개된 이 기법은 범죄자를 수사하는 데 있어 몇몇 분류 기준을 통한 접근법을 제시함으로써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범죄의 유형 정리가 가능하도록 이바지했다.
사람들의 경험에 대해 논의하는 도중 갑자기 수사학 이야기라니 의아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프로파일링 기법이 어쩌면 우리가 현장에서 관찰할 때 필요한 그 무언가와 연관되어 있다고 조심스레 말하고 싶다.
프로파일링 기법에서 수사관은 범죄자와의 인터뷰에서 총 네 가지 사항을 점검한다. 먼저 피해자 선정에 대한 부분을 파악하고 그다음엔 범행 도구는 무엇이었는지를 살피며 범행이 자행된 뒤 피해자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범행을 마친 뒤 어떤 기념품을 챙기는지에 대한 정보를 모은 뒤 이를 분류하여 수사관은 해당 범죄자가 체계적인 범죄자인지, 아니면 단순히 우발적인 범행을 저지를 비체계적인 범죄자인지를 판단한다.
[도표 2. 수사학의 프로파일링 기법에서 점검하는 네 가지 사항]
이 네 가지 점검 사항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각각의 요인들은 모두 행위를 구성하는 축이자 어떤 공통의 연결 사항이 있어 이를 조합해보면 결국 하나의 범행 행각을 불필요한 부분은 배제한 채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필요한 요소들은 남기고 나머지 요소들은 제거함으로써 핵심만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보자. 위에서도 물었듯이 우리도 이렇게 관찰하는 대상의 다른 부가 요소들은 배제하고 핵심에만 집중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위에서 살펴본 프로파일링 기법은 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수사학에서 사용하는 기법이기에 관찰대상에 사용하는데 적합하지 않을뿐더러 관찰 대상을 하나의 무정물로 인식할 수 있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좀 더 범용적이고 인도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미 이를 인식, 시도하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도출한 사례가 존재한다. 바로 미국 Doblin 사에서 개발한 AEIOU Framework이다.
[도표 3. AEIOU Framework]
이 기법은 사람의 경험을 행위(activity), 환경(environment), 상호작용(interaction), 사물(object), 사용자(user)의 총 다섯 가지 점검 사항으로 분류하여 살핌으로써 각각의 영역이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를 살피고, 나아가 각 요소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 전체적으로 해당 행위에 대한 커다란 그림까지 재구성한다. 이는 행위의 관찰에서 설계에 이르기까지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에 매우 효율적이기도 하다. (이 방법론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후에 방법론 관련 서브 프로젝트, “관찰을 통한 사람 읽기”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자, 우리는 이제 우리를 보조할 카메라와 메모장, 보이스 레코더라는 도구와 관찰 대상의 어떤 요인들을 먼저 보아야 할지 지침이 되어줄 AEIOU Framework도 갖췄다. 남은 것은 실제 현장, 야생에서 과연 이 도구들과 방법들이 잘 작동할지 점검하는 일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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