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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ies]/__Design: 사물에 대한 이야기

사물에 대한 이야기_머리말.




사물에 대한 이야기, 머리말.

 


모든 사물들은 나름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길가의 표지판과 신호등부터 시작해서 코카콜라 음료수 병에 이르기까지, 사물의 기원과 형태에는 다양한 사연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연들에 대해 그 동안 우리는 왜 그럴까 라는 질문을 던지기보다 당연시해 왔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해 왔던 것 보다 사물의 사연은 꽤 복잡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 질뿐더러 심층적인 의미 또한 담고 있다.



[재화와 서비스의 박물관, 마트 진열장]

마트나 시장은 각종 재화와 서비스가 거래되는 곳일 뿐만 아니라 다르게 보자면 사물의 사연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도서관과도 같다.

 

사물의 사연은 대부분 사회 맥락으로부터 기인한다. 다소 애매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 말은 설명하기 어려운 개념에 대해 모호한 언어로 얼버무리려는 것이 아니다. 사회 맥락으로부터의 기인이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공통의 문화적 배경을 둔 사회 구성원들에 의해 일련의 수요가 발생하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결과물로서 사물이 기인한다는 말로 풀어낼 수 있다. 따라서 사물의 사연은 결코 단순한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다. 이는 곧 그 시대의 사회를 읽는 하나의 지표로 작용하는 것이다.



  

[카메라의 변천사]  나무상자에서 시작해서 손 안의 작은 전자기기에 이르기까지. 카메라의 변화는 기술 발전에 기인한 형태의 진보뿐만 아니라 마치 건축과 패션처럼 사회 수요의 변화를 나타낸다.

 

실제로 산업 사회부터 등장한 사물의 역사를 살펴보면 다양한 생산자들이 만들어낸 재화와 서비스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역사 속에서 패턴들이 어떤 주의나 형식, 혹은 시장 군을 형성하면서 가시화되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해당 시대에 사회 집단으로부터 일정한 사회적 수요가 있었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이와 같은 패턴이 형성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를 단순히 미술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집단적인 예술적 움직임으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예술품들과 달리 재화와 서비스는 수요에 기반을 두지 어떤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한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전제품에서 볼 수 있는 패턴]

굳이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가전제품들을 보면 어딘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사회 수요가 사물들이 그렇게 만들어지도록 요구했기 때문에, 그 시대 제품들은 대부분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게 된다.

 

이렇듯 산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사회적 수요에 대해 분석하고 이용하려는 다양한 방법들은 이미 시중에 셀 수도 없을 만큼 많다. 사용자 관점에서의 접근이나 가치에 대한 측정 및 설계 등, 다양한 학문과 이론들이 공고히 자리매김하고 있을뿐더러 이를 통한 성공적인 결과물들 역시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 와중에 과연 사물의 사연을 살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

 


[사회적 맥락, Social context에 대한 수많은 연구] 2012 12 31일 구글 스콜라 논문 검색 기준, 200백만 건 이상의 연구 결과가 검색된다.

 

기존의 방식들이 어떤 사회적 요인들을 찾아내고 분석하여 결론에 다다르는 것이었다면, 사물의 사연을 살피는 방식은 그 반대가 될 것이다. 이 글은 이미 존재하는 결론들로부터 시작하여 역으로 추론, 결론이 기인하게 된 사회적 요인들을 찾는 방법으로 쓰여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사회 요인에 대한 연구 과정에서 혹시 간과했거나 놓치고 지나친 것은 없는지, 또는 이미 받아들여지고 있는 개념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 나아가 단지 살펴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결과들을 당면한 이슈들에 대입하여 사회 맥락 안에서 설명하려는 시도도 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분명 접근 방법의 다양화라는 나름의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결론을 내리자면, 이 글은 사물의 사연이라는 소재를 지표 삼아 다른 연구방법들과 달리 결론에서 기원으로 역추론 함으로서 사회 현상과 맥락에 대해 분석하고 여러 이슈들에 대입해 보려는 시도의 장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이 어떤 하나의 완벽한 답을 찾으려는 목적이 아니라 왜 라는 질문을 던지고 나름의 시각으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 즉 수많은 사물들을 하나씩 살펴보기 이전에 다음 질문들을 던져보자. 사물들의 사연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사물들은 어떤 접점을 통해 어떻게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가? 그리고 그 접점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이에 대해 답하기 위해 우리는 사물과 이야기, 그리고 디자인과 산업 및 사회 관계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그곳이 바로 이 이야기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