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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ies]/__Design: 사물에 대한 이야기

사물에 대한 이야기, 서문 : 디자인 00. 이야기의 출발점, 디자인



사물에 대한 이야기 Prologue. Design_00. 이야기의 출발점, 디자인.



앞선 머리글에서 언급했듯이 이 글의 출발점은 디자인이 될 것이다.

많은 학문 중에서도 디자인을 출발점으로 삼은 이유는 사물과 산업에 관련된 디자인의 본질과 그 중요성에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을 단순한 겉치레나 스타일링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거나 예술주의의 산업화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디자인의 피상적인 기능 중 하나일 뿐, 디자인의 본질은 보다 산업의 이념과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산업의 이념, 어떻게 하면 이윤을 많이 남길까 라는 질문은 곧 생산자가 제공하는 재화와 서비스가 어떻게 하면 사람들로부터 선택 받을까 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다. 디자인의 개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사용되었고 곧 사물의 매력을 부각시키기 위한 요소가 되었다. (욕망의 사물, 디자인의 사회사 1장. 진보의 이미지 - 신고전주의: 진보에 대한 거부감의 해법 p.18 ~ p.24) 그렇기에 사물의 사연은 곧 디자인으로부터 기인하며 이것은 서두에서 언급한 사물과 산업에 관련된 디자인의 본질과 중요성을 설명한다. 사물과 디자인, 그리고 산업과 사회는 따로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서로 연관되어 있다. 이 중에서도 사물과 디자인은 더욱 더. 따라서 디자인을 통해 우리는 사회를 읽을 수 있고 또 반대로 사회를 읽음으로써 그 시대 사회가 바라는 사물을 디자인할 수 있다. 이는 곧 시장에서 선택 받는 사물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사물의 디자인을 통해 그 시대 사회 맥락을 파악하는 눈을 키우고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이러한 방법을 현재에 적용하여 단순히 스타일링이나 겉치레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수요에 부합하는, 사회맥락으로부터 기인한 사물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 동안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었던 형태에만 국한된 시각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개념으로 디자인의 관점을 확충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야 비로소 우리는 다른 학문들과 마찬가지로 디자인을 통해 사회를 연구하고 이를 실제 산업에 적용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 관점의 확장, 그 시작은 디자인에 대한 정의이다. 용어 정의를 기반으로 우리는 디자인의 다양한 기능과 역할에 대해 먼저 간략하게 짚어보려 한다. 디자인과 산업제품의 역사에 대해 연구 중인 애드리언 포티 교수는 저서 '욕망의 사물, 디자인의 사회사'에서 디자인을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디자인이란

첫째, 사물의 모양을 지칭한다.

둘째, 제품 생산을 위한 준비 단계를 지칭한다.


그는 이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시사한 것이 바로 '디자인'이란 말의 특성이라 했다. (p.10) 디자인은 사물의 이미지를 결정지을 뿐만 아니라 사물이 만들어지는 그 단계까지도 나타낸다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자면,


첫 번째 의미로서 디자인은 사물과 사람이 만나는 접점을 형성한다. 즉, 디자인은 사물의 모양을 통해 사람들에게 사물의 첫 인상을 남긴다. 아무리 혁신적이더라도 사람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면 그 사물은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선 서문_01 제품과 사용자가 만나는 지점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두 번째 의미의 디자인은 접점 이면에 숨겨진 사물의 사연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설명한다. 사물이 그러한 모양을 띠어야만 했던 이유, 즉 사회적 수요로부터 기인한 사람들의 기호를 만족시키기 위해 사물이 디자인된 이유와 과정을 설명한다. (이에 대해선 서문_02 접점의 이면, 관념이 거래되는 곳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의 두 의미를 포괄하는 디자인의 최종 역할은 사물에 시장성과 경쟁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위의 두 조건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시키지 못한 사물은 결국 도태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지난 산업사는 선택 받느냐 도태되느냐라는 갈림길의 연속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산업의 이념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이에 대해선 서문_03 산업 속에서 디자인이 걸어온 길에서 살펴보겠다.)


지금까지 디자인의 정의를 통해 개괄적인 디자인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살펴보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위의 세 의미와 기능들을 한 두 문장으로 전부 살펴보기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이제부터 각각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좀 더 세부적으로 탐구해보려 한다. 앞으로 우리는 디자인의 표면적 기능인 형태적 기능을 먼저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의 보다 심층적인 기능, 사회 현상을 담아내는 기능을 살펴볼 것이다. 그런 뒤 마지막으로 디자인의 기능과 역할을 통해 디자인 관점에 대해 정리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얘기해 볼 것이다.


처음으로 살펴볼 것은 디자인의 가장 표면적인 역할인 형태와 관련된 디자인의 기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