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대한 이야기, Chapter 01. Digilog Exprerience
컴퓨터의 데스크탑(바탕화면)
1. 바탕화면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어떻게 디자인 되었는가? (2)
GUI로 인해 사람이 컴퓨터를 조작하는 방법이 변화했으니 이제는 사람이 컴퓨터를 만나는 방법, 그리고 장소에 대한 소요만 남게 되었다.
가상의 공간, 사람과 컴퓨터가 만나는 장소, GUI가 자리잡을 공간은 컴퓨터 속에서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이 공간은 마치 가정에서 현관을 통해 입장했을 때 제일 먼저 접하는 공간이자 침실, 서재, 주방 등 각기 다른 공간과 맞닿아 여기에서 저기로 이동하는 중심, 즉 가정의 중심인 거실과 같은 "컴퓨터의 조작의 중심 공간"이어야 했다.
[일반 가정 공간에서 거실 - 인천 도림지구 '벽산 블루밍'아파트 모델하우스]
거실은 현관을 통해 처음으로 접하는 가정 안의 공간이자 다른 공간들로 통하는 중심에 위치해 있을뿐더러 가족 의사소통의 중심공간으로 기능해왔다.
이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기 이전에 잠시 GUI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보충해보자. GUI가 처음 도입됐을 당시 개념은 '보다 편리하게 컴퓨터를 조작하자' 였다. 편리하게란 단어는 다양한 의미를 지니지만 여기서는 보다 익숙한 방법으로, 현실에서의 행위를 가상에서도 가능하도록 하는 쪽의 의미로 적용되었다.
가령 PC 안에서 디렉토리를 만들 때 기존의 텍스트 열거가 아닌 폴더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파일을 해당 디렉토리 안으로 이동시킬 때에도 폴더 안에 문서들을 담듯이 드래그 & 드롭 방식을 사용하는 것 등, GUI를 기반으로 인터랙션 또한 아날로그의 경험을 디지털로 연장시킬 수 있게끔 정의되었다. 완벽한 평면이었던 디지털 공간이 아날로그의 경험을 품게 됨으로써 부분적으로나마 입체성을 가진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따라서 GUI가 입혀진 위와 같은 인터랙션 기반의, 컴퓨터 조작의 중심 공간 역시도 아날로그 상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해온 무언가의 이미지를 담아야 함과 동시에 입체성을 띄는, 이를테면 거실이나 광장과 같은 특정 장소여야 함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 결과 위 조건들을 만족시키는 가상의 공간은 ‘Desktop Screen, 바탕화면’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했으며 GUI가 컴퓨터에 처음 도입될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그 위치에서 기능해 오고 있다.
(왼쪽부터) Mac OS X Desktop Screen / Windows 7 Desktop Screen
바탕화면은 컴퓨터의 부팅 이후 사용자가 만나는 첫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사용자들은 인터넷이나 워드, 파워 포인트와 같은 컴퓨터 어플리케이션들을 실행하여 작업할 수 있고 벽지를 바르거나 인테리어를 변경하듯 배경화면을 설정하고 아이콘 배열을 변경할 수 있으며 일반적인 사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깊숙한 곳, 제어판에서 각종 설정들을 조정할 수 있다. 문자 그대로 사용자에게 있어 “컴퓨터 조작의 중심 공간”이자 컴퓨터에 있어 거실과 같은 공간이 바로 바탕화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바탕화면의 모양새는 지금까지 설명해 온 가정, 그리고 거실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폴더 및 쓰레기통의 이미지만 보더라도 일반 가정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양이며 대다수의 기능들 역시 가정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 및 이미지들과는 거리가 멀다.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바탕화면의 아날로그적 이미지는 거실이나 가정의 아늑함보다는 딱딱하고 사무적이라 할 수 있다. 거실이 아니라면 바탕화면이 빌려온 현실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바탕화면의 영문명, Desktop Screen에서 이미 눈치 챈 사람들도 있겠지만 바탕화면은 가정보다는 좀 더 사무실,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사무실 책상에서 그 기능과 이미지들 대부분을 가져왔다. (어째서 바탕화면이 다른 공간이 아닌 사무실의 이미지를 가져왔는가에 대해서는 ‘2. 바탕화면 UI는 왜 그렇게 디자인 되어야 했는가?’에서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바탕화면이 가져온 사무실과 책상이라는 아날로그적 이미지는 단순히 익숙한 것을 본다는 시각적 효과에서만 그치지 않고 디지털 상에서의 사용성과 인터랙션 역시 규정짓는다. 다시 말해 바탕화면의 모든 사용자 인터페이스 요소들은 그 기원이 된 아날로그 대상의 사용성과 인터랙션에서 영향을 받아 설계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앞선 서문에서 살펴본 디자인의 형태에 관한 3기능의 작용 결과로도 볼 수 있다.
"디자인에는 사물의 형태와 관련된 기본적인 3가지 접근 방식이 존재한다.
첫째, 고풍스러운 디자인
둘째, 은폐하기
셋째, 이상향 디자인
이 세 가지 접근 방식은 다른 말로 가장, 은폐, 변형 기능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사물을 그 본질과 다른 어떤 것으로 보게 하는 능력"이다."
-욕망의 사물, 디자인의 사회사 p. 17-
폴더라는 UI 요소는 디렉토리를 어떻게 가장하고 은폐, 변형하였는가? 쓰레기통의 사용성은 어떠한가? Windows의 하단에 위치한 시작 메뉴와 MAC OS의 상단 메뉴 바는 무엇이 기원인가? 바탕화면 UI는 과연 어떻게 디자인 되었는가?
이제부터 우리는 위의 질문들에 답해보기 위해 사무실의 아날로그 요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디지털화 되었는지, 그리고 그 설계 과정 기저에 자리잡고 있는 원칙과 개념들을 살펴봄으로써 첫 번째 대주제인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혼용된 Digilog Experience의 형성’을 디자인의 기능적 관점에서 파헤쳐 볼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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