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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ies]/__Design: 사물에 대한 이야기

사물에 대한 이야기, 본문. Chapter 01. Digilog Experience.




사물에 대한 이야기 Chapter 01. Digilog Experience.



이제부터 우리가 디자인의 관점에서 살펴볼 사물들이 몸담고 있는 현실은 변화의 시대이다.


수십 년 전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SF 소설 속의 이야기들이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는 게 바로 지금 시대이다. 비단 스마트 폰 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술들은 갈수록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변화가, 기술적 혁신이 언제나 긍정적인 반응 만을 이끌어내지는 않는다는 건 조금만 주위를 둘러봐도 알 수 있다.


우리는 뉴스 기사나 SNS를 통해 주변에서 변화를 다소 거북하게 여기는 의견들을 상당수 확인할 수 있다. 비단 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문화 분야에서도 지속적인 복고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주변에서 “그래도 옛날이 좀 불편해도 좋았지” 라고 회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보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반응들 모두가 변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 모습이 과거에 대한 향수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급변하는 사회를 맞이한 우리 시대만의 특별한 전유물은 아니다.


이러한 급진적 변화와 이에 대한 거부 반응은 이미 전에도 나타났었다. 바로 산업화를 맞이한 영국 사회에서.




"진보라 불리는 것은 실상 산업 자본이 야기한 여러 가지 변화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 그 모든 변화를 사람들이 다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낯설고 원치 않았던 변화를 진보라는 명목 하에 그저 받아들여야만 했다. (…) 증기기관은 제조산업에 엄청난 효율성, 그리고 교통 수단에는 엄청난 속도를 선사했다. 하지만 숙련된 장인을 월급 받는 노동자로 전락시켰고, 도시를 주체할 수 없이 커지게 했으며 건강에 해로운 장소로 만들었다."- 욕망의 사물, 디자인의 사회사 16p.


"제 생각에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를 강건한 남자나 정숙한 여자로 만들지도 못했고, 면직 공장지대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뛰어 놀 수도 없고 제대로 숨쉴 수도 없으며, 모두 건방지고 뻔뻔해졌습니다." 18세기 면직 공장지대 인근에서 살던 남자의 말 - 욕망의 사물, 디자인의 사회사 20p.




익숙지 않은 변화를 꺼리는 우리에게, 언제나 급격한 진보는 편리함과 동시에 거북함도 함께 가져왔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려 했던 여러 시도 중에서도 디자인이 사물과 사람을 엮어줌으로써 표면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했음은 서론을 통해 지금까지 충분히 살펴보았다. 이러한 디자인의 역할과 기능은 산업시대뿐만 아니라 정보화 시대를 맞이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실제적인 형태와 물성을 가진 제품들에서 어떤 실체성을 띄지 않는, 가상 공간 안에 존재하는 가치와 형태로의 제품으로 그 범위만 확장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산업 시대에 사용된 디자인의 개념 외에 다양한 외부 개념들이 도입되었다.)




[MAC OS X App Store (2013.01.31)]

정보화를 거치며 확대된 시장과 사회는 디자인의 범위를 비단 산업 제품 뿐만 아니라 디지털 세상의 제품까지로 확대시켰다.



따라서 우리가 살펴볼 이 시대 사물에 대한 이야기는 비단 산업 제품뿐만 아니라 디지털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제품들 까지도 아우르게 될 것이며, 그 첫 시작으로서 우리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화, 사물의 변화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 졌는지, 그리고 왜 그런 방식으로 진행되었는가를 살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