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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ies]/__Design: 사물에 대한 이야기

사물에 대한 이야기, 본문 : 01-2. 바탕화면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왜 그렇게 디자인 되었는가? (2)






사물에 대한 이야기, Chapter 01. Digilog Exprerience

컴퓨터의 데스크탑(바탕화면)

2. 바탕화면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왜 그렇게 디자인 되었는가? (2)






바탕화면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왜 그렇게 디자인되었는가? 이 질문은 다시 말해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겠다. 바탕화면 UI는 왜 사무실의 이미지와 상징을 사용하여 디자인되었는가? 가정이나 학교와 같은 다른 공간이 아닌 사무실이 선택된 특별한 이유가 존재하는가?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개인용 컴퓨터 시대의 서막까지 거슬러 올라갔었다. 지금과는 달리 그 시절 사람들은 개인용 컴퓨터가 그들에게는 불필요한, 전문적인 연구자들을 위한 것으로 간주하었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애플의 노력,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탑재된 개인용 컴퓨터의 출시까지 살펴보았었다. 확실히 GUI가 등장한 이후 개인용 컴퓨터가 개인의 곁으로, 사회 속으로 더욱 더 가까이 다가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인가? 단순히 GUI라는 사람과 컴퓨터 사이의 혁신적인 접점만으로 컴퓨터가 우리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온 것인가? 그 이면에는 무언가 다른 요인이, 바로 디자인의 두 번째 기능인 사회 관념의 반영과 형성 과정이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디자인의 두 번째 기능: 사회적 관념을 반영하고 형상화하는 과정]

사물에 대한 이야기, 서문 : 디자인 02. 접점의 이면, 관념이 거래되는 곳 참조





생각해보자. 지금이야 인터넷뿐만 아니라 다양한 컴퓨터 응용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플로피 디스켓이나 테이프가 통용되던 시절이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문서 작업이나 그림판 같은 정말 단순한 그래픽 툴, 그리고 테트리스와 같은 간단한 게임이 전부였던 시절, 사실 개인으로서 비싼 돈을 내고서라도 반드시 컴퓨터를 사야 하는 이유는 딱히 없었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개인과 가정에서의 시큰둥한 반응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회사와 단체의 반응은 이와 대조적이었다.






[컴퓨터가 가정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한 데는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가정에서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 크다.]





당시 개인용 컴퓨터가 GUI라는 사용자 친화적인 옷으로 단장하고 사회 속으로 한 발을 내딛은 시점은 관리공학(management engineering)의 이름 아래 모든 회사가 효율적인 생산 및 관리 시스템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지던 때였다. 수많은 사내 사무실의 목표는 직원들에게 최적의 환경과 도구, 그리고 규칙을 제공하여 생산성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었다. (심지어 최적의 효율을 내기 위한 의자의 높이, 의자 다리의 개수까지 계량화하여 메뉴얼로 제공했다.) 말하자면 사무실을 하나의 사무 공장으로, 그리고 직원들을 인간 기계, 또는 하나의 부품으로 만드는 것이 당대 관리공학의 핵심이자 최대 관심사였다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사무실의 모습 01.] 줄지어 늘어서 있는 책상과 모든 사무용품이 똑같고 규격화된 모습.

1980년대 사무실은 그 이전 산업 시대의 공장을 사무 공간으로 옮겨놓은, 말 그대로 사무 공장의 모습이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회사의 입장에서는 업무 과정상의 오류를 줄이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다. 아직도 사원들은 타자기를 통해 문서를 만들고 있었으며 문서 양식은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 과정 속에 오류는 산재했고 생산성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회사 운영진은 타자기를 대신할 무언가, 효율적이고 기계적이며 현대적인 무언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표현할 이미지가 담긴 도구가 필요했다.






[1980년대 사무실의 모습 02.] 타자기는 아날로그에 근접한 생산 도구였다.

글자를 쓰는 사람의 손이 기계로만 바뀌었을 뿐, 종이 위에 직접 쓰고 수정할 수 없으며 잉크를 채워야 한다는 점 등은 수많은 오류와 불편을 야기했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서 개인용 컴퓨터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단점으로 작용한 배우기 어려움이 GUI를 통해 해결되고, 사무실에서나 볼 법한 이미지로 디자인된 바탕화면 UI와 함께 컴퓨터는 디지털의 효율성과 월등한 생산성을 무기로 타자기를 대체해 나갔다. 바야흐로 컴퓨터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재밌는 점은 이러한 변화의 주역이 되었던 애플의 개인용 컴퓨터 Lisa와 Macintosh는 사실 기업 대상이 아닌 개인, 특히 예술가 대상이나 교육용 도구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GUI에 차용한 이미지가 왜 가정이나 학교가 아닌 회사의 이미지였느냐는 의문은 남지만, 어쨌든 그들의 바탕화면 GUI는 관리공학 관점에서 회사들의 요구에 들어맞았다는 점과 그 이후 대다수 운영체제의 바탕화면 GUI가 지속해서 사무실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점 (MS의 Windows를 생각하라),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많은 이들이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접할 수 있었다는 점은 명확하다.





  

[Micro Soft, Windows] Windows 95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된 GUI는 현재 Windows 8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사용되고 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조금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바탕화면의 휴지통 아이콘은 사무실의 이미지 그대로이고 폴더의 개념 역시 변함없이 이용되고 있다.





말하자면 그건 일종의 사회적 관념이었다고 볼 수 있다. 사용상의 편의를 위해 현실의 사물들을 디지털 환경 속으로 옮겨놓은 GUI가 분명 사람과 컴퓨터 사이의 접점을 형성한 것은 맞다. 하지만 단지 그 하나만으론 컴퓨터가 가정이 아닌 회사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었음을 설명하기 어렵다. 설사 바탕화면 GUI가 학교와 가정의 이미지를 채용했다 하더라도 애플의 바램처럼 가정과 교육 기관에서 과연 컴퓨터를 받아들였을지 생각해보면 회의적이다. 그리고 이는 분명 개인용 컴퓨터는 사무실의 이미지와도 어긋나 회사에서마저도 버림받았을 것이다. (당시의 관리공학 관점을 살펴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결국 컴퓨터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던 당시 사회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개인용 컴퓨터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사회적 관념 중 하나였던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관리공학'을 받아들였고 나아가 사무실을 대표하는 이미지로서 사회적 관념을 형상화했다. 사무실 이미지를 그대로 담고 있는 바탕화면 GUI를 통해 더욱 쉽고 효율적으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으며, 컴퓨터의 가장 큰 장점인 디지털 생산성이 관리공학에서 달성하고자 했던 목표들을 이루어 줄 것이며 사용자의 더 높은 지적 수준을 대변한다는 사회적 관념을.






[1990년대 사무실의 모습]

사무 공간 속에서 컴퓨터는 앞서 살핀 사무실이 지향해야 하는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역할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바탕화면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그렇게 디자인되어야만 했던 이유는 여기에 기인한다. 우리가 지금도 별 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속의 폴더와 휴지통에는 이러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바탕화면 속 휴지통 아이콘에서 미관상의 이유뿐만이 아니라 1980년대의 사회상을 떠올리고 나아가 관리 공학까지의 연관성을 살피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해 나가야 할 일이다.


이제부터는 그다음 이야기, 회사에 보급된 컴퓨터가 사무 공간을 벗어나 가정과 개인의 삶 속으로 옮겨간 그 과정을 살피며 그 속에서 우리가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무엇이 있었는지, 또 어떤 요소들이 사회적 관념으로부터 기인했는지 알아볼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