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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ies]/__Design: 사물에 대한 이야기

사물에 대한 이야기, 번외: 새로운 iOS, 그리고 그 다음.






사물에 대한 이야기

새로운 iOS, 그리고 그다음.





8월 10일, 한국 시각으로 11일 새벽 3시 언저리. 세간의 뜨거운 관심 속에 2013 WWDC가 시작을 알렸다. 애플의 하드웨어 집약체로 일컬어지는 맥 프로에서부터 그 핵심 원동력이 될 OS X Mavericks까지, 사람들이 그간 기다려 마지않던 애플의 제품과 서비스, 소프트웨어들이 속속들이 공개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였던 것은 당연히 애플의 모바일 기기 운영체제 iOS 7.0 였다.







그간의 모습을 벗어버리고 조나단 아이브의 손길 아래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한 iOS에 대한 세간의 평은 극과 극이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이 큰 사람들도 있었고, 새롭고 인상적이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실 이러한 논쟁은 언제나 있었고 그 변화의 폭이 극명할수록 논쟁 역시 거셌다. 잠시, 현재 표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혁신에 대한 논란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한 번 생각해보자.



“과연 이것을 iOS로, 애플의 것으로 볼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유는 무엇이고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A tiny digital territory as a real world, not as a symbolic world.


그간 애플 모바일 디바이스를 나타내는 상징은 ‘현실감’이었다. 현실 세계에서 볼 수 있을법한 형태와 재질, 반응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작고 평면적인 모바일 디바이스. 뉴스 스탠드는 나무 책장의 모습이어야 했고, 달력을 넘길 때에는 종이 넘기는 애니메이션이 끊김 없이 구현되어야 했다. 스큐어모피즘으로 대표되는 이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그간 애플의 그래픽 디자인을 대변해왔다.



그렇기에 iOS 7.0가 애플의 철학을 송두리째 흔든 이단으로 비치는 것도 다소 무리는 아니다. 뉴스 스탠드는 유리인지 철인지도 모를 불투명한 무언가로 바뀌었고, 일체의 장식 요소가 배제된, ‘평면적’인 디자인으로 대체되었다. 게임센터 같은 경우엔 더욱더 가혹하다. iOS 6에서 게임 센터가 보이던 이미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iOS는 스큐어모피즘을 탈피한, 디지털 그래픽으로의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대다수 사용자의 의견인 윈도우즈의 모던 UI, 구글의 안드로이드 UI를 닮았다는 말도 바로 여기 기인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그렇다. iOS는 이단아이며, 애플의 적통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 하지만 살짝만 관점을 바꿔본다면 어떨까? 애플 내부에서 벌어졌던 정치적 이야기나, 이번 iOS 디자인 총괄을 맡게 된 조나단 아이브의 디자인 철학관을 떠나 제품 자체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과연 iOS는 애플의 철학을 벗어난 사생아인가?






Software and hardware, As if a spirit cannot be separated from a body.


잠시 애플 모바일 디바이스와 iOS를 벗어나 지금까지 이어져 온 애플의 행보를 살펴보자.


그동안 애플은 여타 다른 제조사와 다르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일관성을 집요할 정도로 집착해왔다. 이를테면 G3가 나올 때에는 맥 OS에서도 반짝이고 푸른 빛이 나는 강조 색을 사용했고 (ex. 파인더의 스크롤 바) 맥 프로 및 맥북프로 등, 전 제품이 알루미늄 화 될 때에는 그에 맞춰 맥 OS의 전체적인 느낌을 알루미늄 회색 톤의 금속 질감으로 마무리했었다. 현재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iOS도 마찬가지, 금속과 유리로 이루어진 디바이스의 특징에 맞춰 기존 iOS의 느낌은 투명한 유리와 금속 질감이 주축이었다.




                   

(출처: PXD UX LAB)




사용자경험 컨설팅 전문 회사 PXD의 블로그에서 읽었던 인상 깊은 구절을 빌려 말하자면, "그들에게 있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별개로써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마치 영혼과 몸처럼 따로 떨어져 존재할 수 없는" 것과도 같았다. 즉, 소프트웨어에 표현되는 모든 형태, 색감, 질감, 작동 방식 모두 하드웨어가 가진 그것들의 연장 선상에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제품에 대한 철학은 그렇다. 그들은 소프트웨어만을 만들거나, 하드웨어만을 만들지 않는다. 그들은 ‘하나의 완벽한 제품’을 만든다. 이런 애플의 고집, 즉 철학과 신념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계속 이어져 왔다.






The Next Generation.


iOS 7.0은 새롭다, iOS 6.0과 전혀 다르다고 얘기한대도 과장이 아닐 만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iOS 7.0이 애플의 것이 아니라고 못 박아 말할 순 없다. 애플의 제품 철학관을 염두에 두고 제품 자체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iOS 7.0은 오히려 ‘새로운 세대의 탄생’을 예고하는, 원대한 계획의 출발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iOS 7.0가 시사하는 바는 이와 같다. 우리는 단지 방금 잠깐 새로운 소프트웨어만을, 제품에 있어 영혼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만나보았을 뿐, 나머지 제품의 몸에 해당하는 부분, 즉 새로운 하드웨어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이는 다시 말해 iOS 7.0이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애플의 차세대 모바일 디바이스라는 하드웨어의 청사진을 유추해볼 수 있음을 뜻한다.







새로운 시각적 감성(look & feel)은 iOS의 범위를 넘어 모바일 디바이스 자체가 주는 다양한 경험들, 무게나 잡는 느낌, 제품의 재질, 그리고 형태와 기능에 이르기까지 확장될 것이다. 그제야 iOS 7.0은 단순히 화면 상에서만 보이는 아름다움을 벗어나 가볍고 얇으며, 화사한 동시에 화려한 애플의 모바일 디바이스로 ‘통합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애플의 CEO 팀 쿡은 올가을, ‘전혀 새로운 제품’을 세상에 공개할 것이라 했다. iOS 7.0의 배포 역시 올가을에 이루어진다. 그것이 무엇이 되든 간에 완성 형태의 iOS 7.0가 탑재된 애플의 새로운 제품은 올가을에 우리 곁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그제야 우리는 iOS 7.0의 새로운 모습을 이해하고, 그 제품의 성망과 애플의 미래에 대해 점칠 수 있을 것이다.